“나는 분명히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어.”
…정말 그럴까요? 사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자주,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인지 오류에 빠지곤 합니다. 똑같은 상황을 보고도 사람마다 판단이 다른 이유, 손해는 크게 느껴지고 이익은 작게 느껴지는 심리, 내 생각이 늘 맞다고 느끼는 이유—이 모든 것이 인지 오류 때문일 수 있어요.
이 글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겪는 대표적인 인지 오류들을 살펴보려 합니다. 왜곡된 사고방식이 어떤 식으로 우리의 선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런 실수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인식해야 하는지를 알아볼게요.
“
내가 왜 그런 결정을 했을까?” 싶었던 순간들이 있다면, 아마 이 글이 힌트를 줄 수 있을지도 몰라요. 😊
🧠 확증 편향: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보이는 이유
“이건 분명히 내가 맞을 거야.” “봐, 내가 생각한 대로잖아!” 혹시 이런 생각, 한 번쯤 해보셨죠? 우리가 어떤 주제에 대해 이미 생각이나 의견이 있을 때, 그걸 ‘확인’해줄 정보만 골라서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게 바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는 인지 오류입니다.
확증 편향은 우리가 기존에 믿고 있는 정보를 강화해주는 내용에만 주목하고, 그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평가절하하는 심리 현상이에요. 예를 들어, ‘커피는 몸에 나쁘다’라고 믿고 있는 사람이 구글에서 ‘커피 건강’이라고 검색할 경우, “커피는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하고 불면증을 유발한다”는 기사에 눈길이 먼저 가게 되고, “커피는 간 기능을 보호한다”는 기사는 그냥 스쳐 지나가게 되는 거죠.
이런 확증 편향은 특히 정치적 의견, 건강 정보, 재테크 판단 등 민감하고 중요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한쪽 입장만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근거는 아예 보지도 않으니, 사고가 점점 편협해지고 왜곡되기 쉬워지죠.
확증 편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혹시 편향된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자문해보는 자기성찰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일부러라도 반대되는 관점을 접하려는 노력을 해야 해요. 친구들과 의견이 달라서 불편하더라도, 그 이야기를 ‘이해하려는 자세’로 듣는 게 중요하죠. 확신보다 열린 태도, 그것이 확증 편향을 넘어서는 첫걸음이에요.
👀 대표성 휴리스틱: 판단이 직감에 속을 때
“그 사람은 똑똑해 보여서 아마 좋은 대학 나왔을 거야.” “저건 영화에 나오는 사기 수법이야, 진짜일 리 없어.” 이렇게 우리는 외형적 특징이나 눈에 띄는 정보만으로 빠르게 결론을 내리곤 합니다. 이게 바로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ness heuristic)이라는 인지적 오류입니다.
대표성 휴리스틱은 어떤 사람이 특정한 ‘전형적인 이미지’나 ‘고정된 틀’에 얼마나 가까운지를 기준으로, 실제 확률과 무관하게 판단을 내리는 현상이에요. 쉽게 말해,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이 판단에 영향을 주는 거죠.
예를 들어볼게요. 어느 날 수트 차림에 안경을 쓴 사람이 회의실에 들어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 사람을 보고 “아, 저 사람은 아마 기획팀이나 연구팀일 거야”라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정작 그 사람이 배송팀 직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외모’나 ‘말투’ 같은 겉보기 정보에 의존해 ‘전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고, 그것을 진실처럼 받아들여요.
이 오류는 특히 채용, 투자, 일상 속 첫인상 판단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런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에요. ‘내 직감은 맞을 거야’라는 생각이 들수록 오히려 더 실수할 수 있죠.
대표성 휴리스틱을 피하려면, 판단할 때 충분한 정보를 확인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겉모습이나 감에 의존하지 말고, 객관적인 사실과 데이터에 근거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빠른 판단이 항상 좋은 판단은 아니거든요.
📉 손실 회피 성향: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크게 느껴지는 심리
“차라리 안 버는 건 괜찮은데, 이미 가진 걸 잃는 건 정말 싫어.”
이 말, 공감되시죠? 우리는 무언가를 얻는 기쁨보다, 잃는 고통을 훨씬 더 크게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손실 회피(loss aversion)라는 대표적인 인지 오류예요.
손실 회피 성향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이 ‘행동경제학’에서 설명한 개념이에요. 그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같은 금액을 얻었을 때보다 잃었을 때 훨씬 더 큰 심리적 충격을 느낀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10만 원을 벌었을 때 느끼는 기쁨보다, 10만 원을 잃었을 때 느끼는 고통이 약 2배 정도 더 크다고 해요.
이 심리는 우리 일상에 엄청난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투자자들은 손실을 피하려고 손절 타이밍을 놓치거나, 오히려 더 많은 돈을 넣는 무리한 결정을 내리기도 해요. 또는 이미 가입한 유료 구독 서비스를 ‘그동안 쓴 돈이 아까워서’ 해지하지 못하는 것도 손실 회피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손해를 더 보고 있는데도요.
직장에서도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만족스럽진 않지만, 새 직장에 대한 불확실한 미래가 무섭기 때문에 안정적인 현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죠. 변화는 이득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손실을 먼저 생각하며 결정에서 물러섭니다.
손실 회피를 줄이려면, 먼저 '손해에 대한 두려움'이 내 판단을 왜곡하고 있지 않은가?를 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로는 잃는 것 같아도, 장기적으로는 더 큰 이익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해요. 무엇을 ‘잃을까 봐’ 고민하는 것보다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에 집중하는 사고 전환이 필요합니다.
✅ 마무리
우리의 뇌는 빠르고 효율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 다양한 생략과 추론을 합니다. 그 결과, 때로는 정확한 정보보다 편리한 생각을 선택하게 되죠. 이게 바로 우리가 자주 빠지는 인지 오류의 본질이에요.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오류들이 있다는 걸 의식하는 순간부터 우리의 사고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확증 편향, 대표성 휴리스틱, 손실 회피… 모두 한 번쯤 겪었지만 잘 인식하지 못했던 생각의 습관들입니다.
이제부터는 스스로에게 한 번 더 질문을 던져보세요.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정말 전부일까?”
그 질문 하나가, 더 나은 판단과 더 건강한 사고방식으로 가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